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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농사이야기

4대강 사업 비난 했지만....

4대강洑 30km밖 농민 "이런 가뭄 처음".. 5km이내는 '물 걱정' 덜어

- 4대강, 가뭄 대처에 효과 물 11억7000만톤 확보 洑 주변 농민 "가뭄 잊어.. 4대강 덕에 마음 놓고 농사" - 가뭄 지역에 활용도 높여야 "지류도 제방을 정비하면 가뭄 대처 능력 더 커질 것"조선비즈 | 유하룡 기자 | 입력 2015.10.19. 03:14

 

이달 16일 낮 찾아간 충남 부여 금강 백제보(洑)는 최악의 가뭄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보에는 2400만t이 넘는 물이 가득했고 하류로 계속 물을 내려보내고 있었다. 농민 이동한(43)씨는 "가뭄에 보가 없었다면 금강 물이 바닥을 드러냈을 것"이라며 "이젠 물이 없어 농사 못 짓는 걱정을 잊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서북쪽으로 30㎞쯤 떨어진 보령시 청라면 청천 저수지는 딴판이었다.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바닥 위로 죽은 나무가 가득했다. 보령에서 가장 큰 이 저수지는 저수율이 16% 정도다. 4대강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백제보 주변처럼 금강 물을 끌어쓸 수 없는 탓이다. 주민 이경자(64)씨는 "저수지가 이렇게 마른 모습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농사를 다 망쳤다"고 했다.

16일 오후 보령시 청천 저수지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한 농민이 가뭄으로 말라버린 작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비슷한 시각 청천 저수지에서 30㎞쯤 떨어진 금강 백제보(洑)에는 비교적 풍부한 양의 물이 하류로 흐르고 있다(오른쪽). /성형주 기자
16일 오후 보령시 청천 저수지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한 농민이 가뭄으로 말라버린 작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비슷한 시각 청천 저수지에서 30㎞쯤 떨어진 금강 백제보(洑)에는 비교적 풍부한 양의 물이 하류로 흐르고 있다(오른쪽). /성형주 기자

충남 서부와 경북 북부 일대에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42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제한 급수와 농작물 피해가 있지만 4대강 사업이 가뭄 대처에 상당한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5월까지 비 안 와도 걱정 없다"

본지가 원인을 취재한 결과, 4대강 사업을 통해 강의 중·하류에 보(洑)를 건설해 확보한 물은 11억7000만t으로 팔당댐(2억3500만t)의 5배에 달했다. 특히 4대강 사업을 통해 수위가 평균 2m 이상 상승하면서 물이 풍부해져 보로부터 반경 5㎞ 이내 농지 21만4000㏊는 10년마다 심한 가뭄이 닥쳐도 물 걱정에서 벗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국 수리답(水利畓·물을 댈 수 있는 논·총 77만㏊)의 약 30%다. 낙동강 하구에 있는 경남 창녕함안보 인근 어연양수장은 매년 봄 갈수기에 수위가 낮아져 수중펌프를 설치해야 인근 농지에 물을 공급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보 설치 후에는 수위가 5m 이상으로 높아져 취수 걱정이 사라졌다. 이종진 수자원공사 팀장은 "과거에는 가뭄이 심해지면 용수 부족으로 4대강 하류 지자체에서 댐 물을 방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보가 지어진 2012년부터는 물이 풍부해져 방류 요청이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강의 중·하류에 있는 보의 물이 풍부해지자 상류 댐에서 방류량을 줄이고, 남는 물을 식수나 공업용수 등으로 돌릴 수 있게 된 것도 가뭄을 이겨낸 요인이다. 이성해 국토부 수자원개발과장은 "현재 전국에 있는 댐 평균 저수율이 사상 최저 수준이지만 4대강 사업 덕분에 내년 5월 우기(雨期)까지 비가 오지 않아도 큰 걱정 없이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도수로와 支流 공사하면 가뭄 대응 효과"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으로 전국에서 완전한 가뭄 해소는 아직 무리라고 지적한다. 장석환 대진대 교수(건설시스템공학과)는 "보에서 멀리 떨어진 곳일수록 가뭄 피해가 심하고 4대강 사업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4대강 본류에서 반경 30㎞가 넘으면 사실상 농지에 물을 끌어쓰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상은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4대강 보의 물은 지금 상태로는 본류 인근에서만 쓸 수 있으므로 4대강 보의 물을 가뭄 피해지역에 공급하기 위해 도수로(導水路) 공사 같은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대강 본류 외에 지류(支流)에도 강바닥을 준설하고 제방을 정비하는 식으로 4대강 후속 사업을 할 경우 가뭄 대응 능력이 커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지류공사에는 수십조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경제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배덕효 세종대 교수는 "현재까지의 4대강 사업이 가뭄 해소에 큰 도움이 된 게 사실"이라며 "댐에서 나오는 상수관로를 보와 연결해서 물공급을 늘리는 것도 가뭄 대처에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